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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韩剧爱尔兰 剧本对白 第1集

2005-11-21 11:57:11 来源:未知





2004년 9월 1일 (수) / 제 1 회

<줄거리>-------------------------
어릴 때 해외로 입양 돼 아일랜드 가족의 죽음을 목격한 중아(이나영), 자책감과 충격으로 고국인 한국행 비행기를 탄다.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박사장의 보디가드 강국(현빈)이 중아(이나영)가 분실한 여권을 발견하고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된다. 중아(이나영)는 우연히 강국(현빈)이 일하는 박사장의 호텔에 묵게 된다.
에로영화 촬영장에 놀러 간 재복(김민준)은 시연(김민정)에게 껄떡대며 접근한다. 시연은 같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재복에게 뭔지 모를 끌림을 느낀다. 재복은 엄마 김부자(이휘향)과 재혼한 성만(김인태)에게 빌붙어 생활한다. 성만(김인태)은 재복의 버릇없는 태도와 말투를 싫어하고 김부자(이휘향)와 단 둘이 살길 원한다.
시연(김민정)은 잘 나가는 아역배우였다. 하지만 지금 시연(김민정)은 삼류 에로배우고 가족들은 모두 실업자다. 시연은 가족들을 멸시하고 막 대하지만 가족들은 아무 말 하지 못한다. 시연은 이런 가족들이 짜증스럽다.
시연(김민정)에게 걸려온 재복(김민준)의 전화, 두 사람은 만난다. 재복은 지금의 시연이 애처롭다. 시연의 까끌까끌한 손이 엄마 손을 닮았단다. 시연에게 술을 사주고 싶지만 재복은 돈이 없다. 길가는 학생들에게 삥뜯는 재복, 시연에게 술 사주기 위해서다. 시연은 이런 재복이 한심하지만 왠지 밉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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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래쉬(낮)

탕탕탕 세발의 총소리와 같은 횟수로 눈을 깜박이는 이중아(조지아 쇼)의 동그란 눈. big C.U.
이마로부터 핏줄기가 흘러내려 눈 속으로 흘러드는 피터 쇼의 얼굴 BIG C.U.
눈을 뜬 채 피터의 고개가 차창으로 기울어진다.
창가에 둔탁하게 닿는 피터의 이마...쾅.



2.# 여객기안-이코노미 클래스(낮)

콩... 콩... 콩...
여객기 창에 가볍게 이마를 통통 튕기며 무심하게 구름위를 바라보는 이중아.
펑키한 염색머리, (백색에 가까운 브릿지를 주종으로 간간이 알록달록 색이 들어간 염색)

블랙 메이크업,알록달록한 브라우스, 치렁치렁 두른 액세서리... 예사롭지 않다.
이내 무심한 표정으로 여객기 창 밖을 바라본다.


3.# 여객기안- 퍼스트 클래스(낮)

와인잔을 든 박 사장의 코가 발갛다. 나이는 50대 중반, 머리도 히끗히끗하다. 취했다.
지금부터 하는 사장의 행동은 온전히 술주정이다. 강국이 사장 턱에 묻은 와인자국을 닦아준다.

박사장:(간절한 음성으로) 국아. (그리곤 바닥으로 냅킨을 떨어뜨린다.) 줏어 줘.

국:(냅킨을 주워 드는데)

박사장:(강국의 엉덩이를 톡톡톡 때리며 헤죽 웃는다.)
엉덩이가 똥그래.

국:(벌떡 일어서서 사장을 째려본다.)

박사장:(다시 강 국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헤죽.)

국:(걱정스런 표정으로 지나가는 승무원에게 소곤댄다.)
귀염떨다 곧 주무실겁니다.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승무원:(미스코리아 미소를 띄운채)걱정 안합니다, 손님.

국:(승무원에게) 저기... 다리 조심하세요.

승무원:(문득 자신의 다리를 본다. 어느새 승무원의 종아리를 만지는 박사장의 손.

억지로 미소를 지은채 박사장의 손등을 찰싹 때리곤 살짝 고개숙이곤 간다.)

박사장:(국의 허벅지를 꼬집는다.)

국:(화들짝 몸을 피하며) 아, 아픕니다. (인상을 쓰며 사장을 본다.)

박사장:(벌떡 일어서며) 너, 왜 내 흉보냐? 으이그... 경호원이 사장 흉이나 보구....

(그리곤 헤죽 웃으며 허공에 삿대질을 한다.) 못됐어이.

(그리곤 픽 쓰러지며 코를 곤다.)

국: (물끄러미 사장을 본다. 혼잣말.) ... 배 고프다.



4.# 여객기-음식준비실(낮)

컵라면을 먹고 있는 강 국. 이 때 안으로 들어오는 이중아.
힐끔 이중아를 보곤 계속 라면을 먹는 강 국.

이 중아가 음료수를 따라서 컵에 들고는 도도한 표정으로 벽에 기댄다.

옆 쪽으로 맨 조그만 스포츠 백에서 연두색 알약을 꺼내 물과 함께 목 안으로 넘긴다.

강 국, 얼핏 이 중아를 보곤 다시 라면만 먹는다.

이중아, 남은 음료수를 마시며, 라면을 먹는 강 국의 뒷통수를 빤히 본다.

눈도 깜박이지 않고...
강 국, 등뒤를 힐끔대며 이 중아를 본다. 눈이 마주친다.
심하게 후룩대며 음료수를 마시는 이 중아. 그러나 눈은 여전히 강 국에게 꽂혀있다.

중아: 후르륵...

국:(눈치를 보듯 이 중아를 보다가 라면 먹는다.)

중아: 후르륵...

국:(다시 이 중아를 보다가 급하게 라면 먹는다.)

중아:(대뜸) 맛있어요?

국:(이 중아를 본다. 퉁명스레) 네.

중아:(지루한 표정으로 강 국을 본다.) 근데 왜 그렇게 돌아다녀요?
자리 비워놓구?

국: 네?

중아: 제 옆 자리 사람이죠?

국: 네.

중아: ...(대답을 들어야겠다는 듯 강 국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국: ...(쭈뼛대다가) ...그건... 제가 모셔야 될분이... 저쪽에서..

중아:(음료수 컵을 휴지통에 휙 던지며 나간다.)

국:(멍하니 이 중아의 뒷모습을 본다.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아우, 되게 재수없다. ... 왜 저러냐?



5.# 여객기안-이코노미 클래스(낮)

모포를 끌어와 어깨치까지 덮으며 눈을 감는 이중아.

갑자기 반짝 눈을 떠서 창문을 째려본다.
뒤적뒤적 휴지를 찾더니 창 위에 탁하게 얼룩 찍혀진 자신의 이마 자국을 죽어라 지워댄다.

이 때, 강국이 눈치를 보며 곁에 앉는다.
이중아의 눈길이 힐끔 강 국에게 머문다.
강 국, 이중아의 눈길을 피한다.

중아:(창을 닦으며 강국을 본다. 도도한 음성으로)
창에 얼굴때 묻었어요. ... 드럽죠?

국: 네?(창과 이 중아를 본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지 모르는 표정이다
중아:(다시 열심히 자국을 지운다.)

국:(의아한 눈으로 이 중아가 하는 양을 본다.)

중아:(다 끝난 듯 다시 모포를 끌어와 눈을 감는다.)

국: ...(영문 모르겠다는 눈으로 눈 감은 이중아를 본다.)

중아: (눈을 감은 채) 보지 마요.

국: (나쁜 짓하다 들키기라도 한 듯, 급히 눈길을 돌린다.)

중아: ...(다시 눈을 뜨며) 왜 봤어요?

국: (이 중아를 보다가 눈길을 돌린다.) 안 봤습니다.

중아: 봤는대요?

국: (여전히 눈길을 피한 채) 안 봤습니다.

중아: ...(한참을 물끄러미 국을 바라본다.그리곤 다시.)봤는대요?

국: ...(아무 일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이중아의 눈을 피한채,
앞쪽에 꽂힌 책자를 들어 열심히 책장을 넘긴다.)

중아: (책자 위로 얼굴을 들이밀며) 봤는대요?

국:(책 위에 들이민 이중아 얼굴에 화들짝 놀라며 울상.)
어쩌라구요오? 봤어요. 어쩌라구요?

중아:...(무심한 표정으로 국을 본다.)

국:(머뭇머뭇)...눈 감구 계시드니...보구있는 건 어뜩케 아셔서..
자꾸만, 저를 곤란하게...

중아: 실눈 뜨구 있었어요.

국: (어이없이 중아를 본다.) 왜 그런 짓을 하세요, 무섭게?

중아:(대뜸) 그래서... 내가 어느나라 사람같은데요?

국: ...(어이없다.)

중아: 네?(강 국을 빤히 본다.)

국: 한국 사람이요.

중아: ...(기막힌 듯 입을 벌린다. 그리곤 황당한듯 미소짓는다.
... 미치겠다, 진짜...(다시 강국에게 따지듯)
내가 무슨 한국사람 같애요? 다 일본사람이라 그러는데?

국: 일본분이십니까?

중아: 아니요. 아일랜드 사람이요.(다시 눈을 감는다.)

국: (다시 이중아를 한참 바라보더니) ...저...

중아:(눈을 뜬다.)

국:(진지하고 순수한 표정으로) 혹시... 제가... 마음에 드십니까?

중아:(퉁명스레) 미치셨나요?(그리곤 다시 눈을 감는다.)

국: ...(무안한 듯 고개 돌리며 혼잣말...)지가 이상하게 굴구서..

중아:(다시 눈을 번쩍 뜬다. 그리곤 국을 본다.)

국:(이중아와 눈이 마주치자 잠든 척 눈을 감는다.)

중아:(계속 강국을 바라보고 있다.)

국:(느낌 이상하고 드럽다. 그래서 이중아로 부터 자꾸만 몸을 돌린다.

중아: (나직하게) 잠이 안 와요.

국: ...(중아를 본다.)

중아: (눈을 내리 뜬채) 잠이 안 와요.

국:(인상을 쓴다.) 그럼 자지 마세요.

중아:...(어둡다.)

국: ...(물끄러미 이 중아를 본다.)

중아:...(여전히 눈을 내리뜬채) 도와줘요.

국:...

중아: ...(눈물이 한 올 흐른다.)

국: ... 저기... 저기...(안절부절 못한다.) ...저기...

중아: ..(강국으로부터 눈길을 돌리며)...잠이 안 와요.

(창밖을 본다. 그리곤... 이마를 창에 콩콩콩 찍어댄다. 가볍게)

유심히 이중아를 바라보는 강국. 반복적으로 이마를 튕기는 그녀가

불안하다. 다급히 이중아의 이마가 닿는 창 위에 자신의 손등을 붙인

다. 이중아의 이마가 강 국의 손바닥에서 튕긴다.

중아:(튕기던 이마를 멈추곤, 창 위의 강국 손바닥을 유심히 바라본다)

국: (그대로 손등을 붙인채 중아의 옆 모습을 본다.) 이마.. 빨개졌
어요... 그러지 마세요... 진짜 무섭거든요?

중아: ...(여전히 국의 손바닥만을 보며 차갑게) 치워요.

국: ...

중아: 드러워요.

국: (순순히 손을 치운다.)

중아: (창 밖만 보며 상념에 젖듯) ... 내 얼굴이 얼마나 드러운데요.
똥이예요, 내 얼굴.. ....댁 손에 똥 묻었어요.

강 국, 어둡게 이슬맺힌 중아의 모습을 어찌할 바 없이 바라본다.
비행기 아래 하얀 구름이 검은 먹구름으로 물든다.



6.# 모텔 촬영장(밤)

쾅. ... 창 밖 밤하늘에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리고 번개불이 인다.
모텔 안에 갑작스런 정전.
한시연의 괴성... 창 밖에 이는 번개불빛만이 촬영장의 실루엣을 그린다.

한시연의 눈 앞으로 넘어져 내리는 조명기가 번개불빛에 반짝 보인다.

이재복의 눈이 조명기를 쫓는가 싶더니, 다급히 몸을 날린다. 우당타앙...
암전과 정적..

갑독E: 왜이러냐?

스탭E: 정전인데요, 감독님?

감독E: 초 없냐?(짜증스레) 초 켜봐아. 뭐가 무너졌어, 야.

시연E: (소리친다.) 나 가슴 터졌어.

랜턴이 켜진다. 동그란 불빛이 촬영장을 스케치하듯 방을 훑는다.
이내 한시연과 이 재복의 얼굴이 비추인다.
주변으로 예닐곱의 스탭들이 모여선다.
알몸 한 시연의 가슴에 얼굴이 묻힌 이재복.
그의 머리 위로 조명기가 쓰러져 있다.

스탭: (조명기를 들어 올리며 걱정스레) 재복아.

시연: (스탭을 보며) 재복이? (재복을 보며) 재복아. 너 뭐냐?

재복: (정신나간 멍한 눈으로 스탭을 가리키며) 얘 친구.

스탭: (시연에게) 구경오구 싶다 그래서...(재복에게)재복아, 일어나.

재복:(고개를 든다.) 못 일어나. 대구리가 흔들려.

(시연의 양손을 자신의 뒷통수에 올린다.) 나 좀, 어루만져 줘.

시연: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들더니 뒷통수를 냅다 갈긴다.)

재복: (인상을 쓰며 몸을 일으며 소리친다.) 아, 왜 때렸어.
(그러다 이내) 아, 졸도. (그리곤 다시 시연의 가슴에 쓰러져
눈을 감는다.)...근데... 아가씨. 생각보다 피부가 퍽퍽하다.

시연: (가슴에 파묻힌 이재복을 보며 씩 웃는다.) 수작두 참 다채롭다.

(그의 머리채를 잡아 뒤로 젖힌다.) 돌 치워. 실리콘 터져.



7.# 모텔 앞(밤)

아직도 모텔과 주변은 정전으로 어둡다.
모텔 입구 차양 밑에서 비를 피하며 팔짱을 낀 채 비실대며 왔다갔다 하는 이재복.

꺾어신은 운동화에 트레이닝 차림. 한 방에 백수 태가 난다.

게다가 나름대로 안정환 흉내라도 낸 듯, 여자들이 할 만한 분홍 꽃무늬 머리띠를 했다.

바지 주머니로 손을 넣는다... 주머니에 선 짤랑대는 동전소리..

입구 아래로 대 여섯개의 돌계단이 있다.
그 아래서 비를 맞으며 촬영장비를 분주히 옮기는 소규모의 스탭들.

이 때, 감독과 함께 모텔 입구로 나오는 한 시연. 한 껏 가슴을 내밀며 걸어 나온다.

가슴이 인생 최대의 성공작인가 보다. 한 팔에는 보따리가 드리워져 있다.
힐끔 이재복을 본다. 그가 징그럽게 한시연을 향해 웃어 보인다.
여전히 바지 주머니 속의 동전을 짤랑대며...

감독:(한시연에게) 소품 잘 챙겨, 야...접때, 마후라 안 챙겨와서
연결 튀구...(버럭 짜증) 좀, 알아서 챙겨어.

시연: (심드렁) 에로 영화는요? 연결따지면 몸맛이 안나. 그냥 내 몸으루 커버하면 돼.

그래요, 안그래요?

감독: 안그래.

시연: 아님 말구...(조감독에게 차키를 내민다. 콧소리.)
조감독님. 나, 조기 차 좀 빼주지...비 맞으면 백혈병 걸릴지두 몰라.

조감독: (한시연의 차 키를 받아 뛰어간다.)

감독: (역정을 내며) 마후라 진짜 중요해에, 짜식아..

왜 그걸 모르니? 넌? 너무 몰라, 진짜.. 어쩌면 그렇게 모르냐?작품을?
(빗속을 뛰어가며 혼잣말) 비 맞는데, 왜 백혈병이 걸리냐, 맹순아.

시연: (명랑하게) 가세요, 감독님. (멀어지자 입이 뒤틀리며 혼잣말)
짱나게 마후라가 뭐냐? 머플러지. 아으, 구려.

재복: (미소 지으며 한 시연의 엉덩이를 제 엉덩이로 톡 밀친다.) 그러게.

시연: (어이없이 이재복을 본다.)

재복: (씩 웃는다.)

시연: ... (빤히 보며 한심한 듯 퉁명스레) 이빨이 지랄스럽데.
치석으루 도배를 하셨네, 기냥.

재복: (실실 웃는다.) 늙어서 그래.

시연: 늙은 김에 왕창 뽑구 틀니루 가셔요, 지랄 이빨.

재복: (계속 실실) 돈 없어. (응석을 부리듯) 아가씨가 해 줘잉.

시연: (기막힌 표정으로)... 머리에 벌레 먹었나, 이 사람?

재복: (여전히 웃으며) 아까 대구리 박살났잖아.
아가씨 구하니라구.. 그때 벌레 들어왔나봐....바퀴벌레. ..헤

시연: ... 그래서... 돈 줘?

재복: ...(귀염떤다) 그런거 아니야아... .. 내 맘두 모르구...

조감독:(어느새 차를 몰고 와 한 시연에게 차 키를 내민다.)
내일은 늦지마, 한시연.

시연: (다시 콧소리 애교) 안 늦을꼬야, 오빠 땜에. .. 오빠, 고마워?
... 너무 고마워서, 우리 집에서 밥해 주구 싶다.

조감독: (손을 들어 보이곤 촬영용 승합차로 뛰어간다.)

시연: (조감독의 뒷모습을 요상한 눈빛으로 보며 혼잣말) 이 팀에서
건질 건 조고 뿐인데... ... 조걸 어뜩케 후리지?

스탭: (소리친다.) 재복아, 가자.

재복: (씩 웃으며 속사이듯) 너 먼저 가두 돼.

스탭: (부러운 듯) ... 꼬셨나부다. 쟨 지인짜 여자 잘꼬셔...
부럽다.(그리곤 승합차 문을 닫는다.)

재복: (여전히 반짝반짝 한 시연만 바라본다. 바짓속 짤랑대는 동전소리는 여전하다.)

시연: (이 재복을 힐끔보곤 도도하게) 안녕. (급히 입구 돌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재복: (주머니에서 손을 빼며 팔짱을 낀다. 대뜸) 천사 같드라.

시연: (가당찮은 눈빛으로 뒤를 돌아 차얀 밑의 이재복을 올려다본다.
빗줄기가 얼굴을 때려 눈살이 찌뿌려진다.)

재복: (어느새 자상한 아버지같은 표정이다.)
백혈병 걸려. 얼른 타...얼른.

시연: (비를 맞으며) 누가?

재복: 뭐가?

시연: (같잖은 듯) 누가 천사냐고.

재복: ...(다시 쌕 웃는다.) 헤... 알면서...

시연: 나?

재복: 응. 에로천사.

시연: (어이없다.) 쟤랑 놀다간 벌레 옮겠다.

(다시 승용차로 뛰어가 문을 여는데)

재복: (중얼댄다.) 슬픈 천사...(말과 동시에 그의 눈에 슬픔이 인다)

시연: ...(다시 그를 향해 돌아선다. 비에 젖은 머리칼과 얼굴..)

재복: 너 슬프지?

시연: ...(불현 듯 막막함이 몰려온다.)

재복: ...(말없이 슬픈 눈빛으로 그녀를 본다.)

시연: 기쁘다, 어쩔래?

재복: (하늘을 올려다 본다. 담배를 물며 쪼그려 앉는다.)
여기서 널 보니까....

(빗물이 꺼지는 라이터를 켜대지만 붙지 않는다.)

빗물이 니 몸을 적시는게 아니라, ...
(포기한 듯 생 담배만 입에 물고 시연을 바라본다.)
눈물이 니 몸을 적시는 것 같다.

시연: ...

재복: ...(빗물에 물고 있는 담배가 젖는다.)

내가... 별루 할 일이 없어서 그런지, 늙어서 그런지... ...그게 보인다,
어린 에로 천사야.

쪼그려 앉아 어둡게 비에 젖은 한 시연을 내려다보는 이재복.
굳은 듯 이 재복을 올려다 보는 한시연.
이 때, 정전되었던 건물들과 한 켠의 가로등이 화락 거리에 불빛을 뿜는다.

재복: (씩 웃는다.) 녹았지, 너?

시연: (씩 웃는다.) ... 달달하네 아저씨.

따스한 불빛, 반짝이는 빗줄기를 사이에 두고 굳은 듯 서로를 마주보

며 미소짓는 이 재복과 한시연. L.S. F.O.



8.# 공항 내 VIP룸(아침)

강 국의 무릎을 베로 소파 위에서 드르렁 드르렁 잠을 자는 박사장.
한심한 듯, 사장을 바라보는 강 국.

국: (혼잣말) 진짜 챙피하다. ... 애기야, 애기.

박사장: (잠꼬대) 엄마... 나, 100점 받았어.

국: ...(어이가 없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한 손에 들린 스포츠 백을 본다.)



9.# 플레쉬-여객기 안(아침)

짐을 내린 강 국의 눈이 이미 비어있는 중아의 자리에 머문다.
그 자리에 떨어져 있는 조그만 스포츠 백.



10.# VIP룸(아침)

스포츠 백을 열어본다. 긴 줄이 딸려 나온다. 청진기다.
그리고 일부분이 짜여진 뜨개판과 그 올에 걸려있는 뜨개바늘, 뜨개실.

화장품, 지갑... 압박붕대, 정체 불명의 알약들..그리고 여권.
강 국, 부랴부랴 물건을 가방에 넣고는 벌떡 일어서 달려 나간다.
그 결에 사장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미동도 않고 잔다. 잘 잔다.


11.# 입국 심사대(아침)

텅빈 입국 심사대.
헐레벌떡 뛰어온 강 국이 주변을 두리번대며 이 중아를 찾아 본다.

... 아무도 없다. 여권을 들고 입국심사원에게 다가간다.

그러다 문득 심사대 너머 멀리 기둥 뒤에 숨어 있는 이중아의 발이 보인다.

강 국이 이중아를 확인하려 한 쪽으로 옆 걸음을 쳐 본다.

살짝 보이는 이중아.

커다란 배낭을 바닥에 깔고 앉아 허탈하게 자신의 발만 바라보는 이중아의 모습.

강 국, 그녀가 자신을 알아 볼 수 있도록 손을 흔들어 보인다.

문득, 이 아가 강국을 보곤 오히려 더욱 몸을 숨긴다. 그가 여권을 들어 보인다.

그리곤 미소를 보낸다.
이중아, 기둥 뒤에서 조심스레 몸을 드러내며 의아한 눈으로 옆으로 걸어 나온다.

그가 그녀의 가방까지 들어 보인다. 이중아, 그제사 심사대로 걸어 나온다.

강 국이 이중아의 여권을 내국인 심사원에게 내밀곤 그녀를 향해 뿌듯한 웃음을 짓는다.

국: 저 분 여권이예요. (중아를 보며) 되게 헤맸나부다, 불쌍하게...

이중아, 강국의 방향으로 가지 않고 외국인 심사대라 표시된 곳으로 간다.

국: (놀라서) 왜 저래?

강 국, 부랴부랴 여권을 들고 외국인 심사대로 간다.
여권 심사대 앞.

국: (다시 뿌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며 가방을 내민다.) ... 놀라셨지요?

가방 잃어 버려서? 저두, 못 보구 그냥 나올뻔 했어요.

중아: (멀뚱멀뚱 국을 본다.)

국: (동의를 구하듯 아니 동의를 구걸하듯) 다행이죠? 제가 주워서?

중아: (열려진 가방을 바라보며 물끄러미 국을 바라본다.)

국: ...(당황.) 아... 가방 열어 본 건... 신분 확인해서 찾아 드릴라구..

중아: 한국 사람 아니라 그랬잖아요.

국: 네?

중아: (내국인 심사대로 턱짓을 하며) 저기 서 계시면 어뜩해요?
한국 사람 아니라는데...

국: ...(멍)

중아: (가방을 어깨에 걸며 인사도 없이 간다.)

국: (물끄러미 그녀를 본다.)

중아: (돌아보며) 서울에서 어느 호텔이 제일 좋아요?

국: ..제가 그게 호텔 순위를 정하기는 좀... 왜냐하면...

중아: ...(또 그냥 본다.)

국: 000호텔이요.

중아: (멀어진다.)

국: ...(혼잣말. 짜증났다.) 딱 한 대만 팼으면 좋겠다.



12.# 승용차 안(아침)

공항 입국장 도로를 달리는 승용차. 뒷 좌석에서 여전히 누워 자는 사장.

박사장: (잠꼬대) ... 야...

국: (뒤돌아 사장을 본다.)

박사장: (옆쪽으로 기우뚱 자며 잠꼬대) 돈으루 기냥 확 뭉개버려.. 아으, 귀찮어...

돈다발을 기냥... (힘차게 주먹 쥔 팔을 허공으로 뻗으며)

날려버리자! 하하하하...(다정하게) 언니, 일루 와 봐. 내가 안마 해주께.

(바로 코 곤다.)

운전수: (키득대며 웃는다.)

국: (운전수를 보고 씩 우슨다. 그리곤 강단있는 음성으로.)
여기서만 웃으세요. 딴데가서 흉보지 마시구요.

운전수: 낄낄... 흉 안봐아. 낄낄.. 낄낄.. 웃겨서 운전을 못하겠네.
... 사장님 옆구리 좀 찔러봐. 또 뭐라 그러나...

이 때, 강 국의 창 밖으로 이중아가 보인다.
택시 정류장 앞에서 모자를 푹 눌러쓴 이중아가 망연히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다.

강 국의 시점에서 이 중아의 모습이 손톱만큼 멀어져 간다.



13.# 공항 택시 정류장 앞(아침)

여전히 영종도 공항 하늘의 하얀 구름을 평화롭게 바라보는 이중아의 얼굴. C.U.
처음으로 살폿한 미소가 입가에 감돈다.



14.# 택시 안(아침)

택시 안에서도 영종도 교각 아래 펼쳐진 뭉게구름만 바라보는 이중아

중아: (운전기사에게) 이게 한강인가요?

운전수: ...(힐끔 백미러로 중아를 보며) 여기 바단데?... 한강은
한참 더 가야되는데? 아가씨, 교폰가부다.

중아: (갑자기 침울해진다. 낮게 혼잣말.) 바다... 바다 참... 크다.


15.# 플레쉬-아일랜드 해안(저녁놀)

커다란 짐을 떠 안고 해안 절벽으로 달려오는 이중아.

그 뒤를 바짝 쫓아오는 피터 쇼.
이중아, 망설임없이 가방을 절벽으로 집어 던지면,

열려진 가방에서 무기들이 바다로 떨어져 내린다.

험악한 표정으로 중아에게 다가오는 피터 쇼. 피터 쇼의 따귀를 갈기는 이중아.

고개돌려 중아를 등지는 피터 쇼를 슬픈 듯 바라보던 중아.

등돌린 쇼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고개 숙인다. 둘 너머로 철썩이는 바다.

중아E: 그곳부터... 이 곳까지... ...모두 바다.



16.# 영종도 교각 INS(아침)

교각너머 펼쳐지는 서해바다. 부감.


17.# 휘트니스 클럽(낮)

러닝머쉰 위에서 전신거울을 보며 걷고 있는 한 시연. 표정이 뒤틀려 있다.

전신거울을 통해 보는 것은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 가슴운동을 하는 미녀의 모습이다.

옆 쪽에서 힐끔대며 미녀를 보는 20대 중반의 여자 둘. 속닥속닥...

여자1: 티비보다 낫다, 그지? 괜히 연예인이 아니야아? 응?

여자2: 비슷하구만, 뭐.

여자1: (황당한 표정) 모가 비슷하냐? 으이그, 꼴에 질투는...

여자2:(눈살을 찌푸리며) 운동을 할거면 화장이나 지우구 하든가,
피부 작살난다, 저러다...

여자1: ...(꼬나본다.) 니 피부나 간섭해라, 남 피부 간섭말고...
(다시 부러운듯 미녀를 본다.) 쟤네들은 왜 저렇게 얼굴이 작냐?

여자2: (맹숭맹숭) 성형 아니면, 돌여년이지, 뭐.

여자1: 씨. 나두 돌연변이 되구 싶다.

여자2: (비굴) 나두...

한 시연, 인상을 긁더니 미녀 앞으로 간다.

미녀: (순진한 눈으로 한 시연을 본다.)

시연: (껄렁껄렁) 좀 고만하시지요? 같은 돈내구, 응? 영양가 있는
것만, 응? 혼자 세 놓구 하면, 응? 좀 그러저러 한 것 같지
않으신가요? 돌아가면서 좀 하시지요? 그러다 가슴 터져요.

미녀: 저 이거한지 오분두 안되는데요?

시연: (불량스럽게) ... 지친다, 진짜. 한 사람이 오분씩이나 뭉개면,
응? 딴 사람들 어떡해요? 십초가 아쉬운, 아주 바쁜 사람들 인데?

미녀: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 시연을 본다.)

시연: 양심이 있으면... 양심은 있으신가? 없는 표정인데?

미녀: (..물끄러미 보다가 기계를 내리며 예의바르게)알겠습니다.
먼저 하세요.

시연: (실망스런 표정으로 다른 쪽 운동기구로 가는 미녀를 본다.)
에? 쟤 왜 안댐비냐? 아씨, 덤벼조야 되는데? 나만 나쁜 년
되는데? 이러면? (입이 나와서는 운동기구 앞에 앉는다.)
나이두 많은게 군살 하나 없네. 방송물 먹어서 좋겠다, 씨... 살두 안찌구...

(계속 쏘아본다.) 아, 약올라. ...조골 어뜩케 괴롭히지? ... 계속 깐죽 대까?

(가슴 운동 한 판을 하곤 어깨가 축 쳐진다. 한숨...) 에유, 구질구질해.


18.# 김부자의 집-주방(저녁)

이재복, 비의 노래와 댄스를 하며 설거지를 하고 있다. 어설픈 춤...
환장하겠다.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어..."
이 때, 현관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재복: (현관 쪽을 향해 큰 소리로) 어머니 오셨어?...(노래와 춤을
추며 현관쪽으로 나간다. 꺾어지는 목소리) ... 아무리 달려
봐도오...


19.# 김부자 집-현관(저녁)

흐물대며 배춤을 추는데,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한성만이다.

성만: (한심한 듯 이재복을 보고 서 있다.) 관절 꺾이겠다.

재복: (춤을 멈추곤 한 성만을 바라보며 콧구멍을 판다.)

성만: 니 나이면 뽕짝으루 갈 나이다.

(싸늘한 얼굴로 검은 비닐봉투를 이 재복에게 내민다.)

재복: 뭔데요, 깜장 봉다리?

성만: 고등어... 토막내지 말고 통째 구워.

재복: 꼭 통째 구우래드라, 할아버진?(비닐속을 들여다보며 주방으로 간다.)

토막을 내야 굽기두 좋구, 먹기두 편하지요오.

성만: (외투를 벗어 들며 거실로 들어선다.) 먹는거야 그렇다쳐도,
... 굽는거 편해선 안된다. ...편 할 만큼 편한놈, 그 일이라도 고되야지.

말 떨어지기 무섭게 주방 쪽에서 고등어 토막내는 소리고 텅텅 울린다


20.# 김부자집-주방(저녁)



성만 (득달같이 달려와 도마 위 토막난 고등어를 본다.)

재복: 불량스런 눈으로 한 성만을 본다.)

성만: ...(쏘아본다.) 토막내지 말랬다?

재복: (약올리듯 웃으며 너스레.) 으이유. 나 할아버지 말 안듣잖아요.

... 알면서. (그리곤 후라이팬을 불 위에 올린다.)

성만: ...(참느라 어깨가 들썩인다.)

재복: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며 제 할 일을 한다.) 패구 싶으면
패요오. 끽 소리 않구 맞아 줄테니까...

성만: ... 때릴 힘은 넘쳐. ...근데, 너 때려서 토막난 고등어 붙겠냐?

(방으로 향하려는데)

재복: (달구워진 후라이팬에 고등어를 올리며 비실비실 웃는다.)
힘이야 넘치시겠지요. 헤헤. 그러니까 젊은 부인을 얻으셨지이.

성만: ...(뒤돌아본다.)

재복: 근데, 할아버지. ... 잠깐 내 말 좀 들어봐요.
... 할아버진 힘세서 우리 어머니 꼬신줄 아시죠?

(픽 웃으며)아니야아. 우리 어머니, 할아버지 돈보구 재혼했다?
...(정색을 하며) 나한테 그랬다니까아? 재혼해서 재산이나 삥 뜯자구...

증말이야아... (고등어 굽는 후라이팬 위에 신문지를 덮으며)

어머니두 참 약았어. 얄밉죠? ... 뭐, 사실 그래. 할아버지 재산이라야,
내 입장에선 코딱진에...

(한성만의 얼굴에 비굴한 척 제 얼굴을 들이대며)

... 우리가 워낙 없이 살아서... 그거라두 뜯어 먹을라구...

성만: (이재복의 얼굴을 주먹으로 날린다.)

재복: ...(얼굴을 어루만지며 무겁게 한성만을 본다.)

성만: (눈시울이 발갛다.)

재복: (낮게) ..힘 없네.

성만: ...

재복: ...(어둡다.) 참.. 황당하네. .. 솜사탕같네, 주먹이...
(여린 눈으로 한 성만을 본다.) 우리 어머니 떠날까봐...
쓰레기 같은 놈 참구 사는게 보여서... 열나 짜증나...
그런 할아버지가.. 나보다 더 못난 사람 같애서.. 열나 짜증나..
... 나보다 못난 남자가 우리 어머니 남편인 것 같애서...
열나 짜증나.

재복: ...(어부다) ... 주름살두 너무 많아, 대머리도 회까닥 까졌어.
...(그리곤 아무말 없다.)... 목소리두 이상해.

성만: ...(고개가 숙여진다.)

재복: (한참동안 물끄러미 후라이팬만 보던 그의 눈가가 살짝 젖는
다. 덮었던 신문지를 연다.) 다 탈뻔했네, 씨.(고등어를 뒤집는다.)

성만: ...(힘없는 자신의 발끝만을 보고 있다.)

부자E: (현관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명랑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재복아. ... 엄마, 밥 줘. ...( 혼자서 읖조리듯) 배고파, 배고파.


21.# 김부자집-거실(저녁)

부자: (거실 쪽에서 주방을 보며 활짝 미소짓는다. 한 성만의 뒷모습
을 보곤 쾌활하게 주방으로 뛰어간다.) 어머, 어머, 어머. 당신 벌써 오셨습니까?


22.# 김부자집-주방(저녁)

부자: (발랄하게 한성만의 팔짱을 끼며) 근데 왜 이렇게 땀을 흘리셨습니까?

귀여운 대머리 다 젖었네.(그의 대머리를 자신의 옷깃으로 다정스레 닦아준다.)

재복,성만: (아무말 없이 목석처럼 마주 서 있다.)

부자: (분위기가 묘하다.) ......(긴장한다.)...

(불안하다. 남편과 아들을 교대로 본다. 그리곤 이 재복에게 대뜸 소리친다.)

너 또 껄렁댔지? 맞을래?

성만: (낮게) 맞았어.

부자: (놀라서) 우리 재복이요? 당신이 때렸어요? 왜요?
(재복을 보며) 괜찮니?(아뿔사 실수다. 남편을 바라본다.)

성만: (그저 헛된 눈길만 바닥에 줄 뿐이다.)

부자: (불안하게) 맞아야 되요, 쟤. ... 아주 애가, 애가..
(남편의 손을 잡아 끌며) 쟤 빼구 우리둘이.. 나가서 저녁 먹을까요?

재복: (우울하게) 고등어나 먹어, 집에서...

부자: (놀리듯) 싫어. 너나 먹어.(한성만을 잡아끌며) 얼른 나가자.
여보. 쟤 싫어 죽겠어요, 나두.

성만: (힘없이 이 재복을 본다.) 다신... 주먹 쥐는 일 없겠다. 미안하다.

(고개 를 숙이곤 한동안 말이 없다.)

부자: (인상을 쓰며) 뭐가 미안해요? 쟨...

성만: (대뜸) 너..(힘없이) 이제 그만... 우리집에서 나가라.

부자: ...(놀라서 남편을 본다.)

성만: ...(자신의 발끝만 보며) 몇 시간을 살다 죽어두,
...나, 니 엄마랑 재미나게 살다 가겠다. 너만 없으면...
그럴 거 같애.(김부자에게)미안해요, 재복엄마.
(그리곤 터덜 터덜 주방을 나간다.)

재복: ...(멍한 눈빛. 그러다가 쓰게 웃는다.)...
할아버지, 한 껀했네. .. 확 간다, 씨. ...(계속 실실 쪼갠다.)

하, 씨... 당했다, 씨. 된통 당했다, 씨.

부자: (다급히 소곤댄다.) 어디 맞았니? 아팠니? ... 일단 아부지한테 들어가서 빌어.

재복: (대뜸) 나 없으면... ... 행복하지, 어머니두?

부자: ...(말문이 막힌다.)

재복: (미소) ... 말 못하네? ...(또 껄렁댄다.) 아, 진짜 외롭네.
이 집 부부가... 나 진짜 외롭게 하네에.

부자: ...(힘없이 허공을 본다.)

재복: (그리곤 진중한 눈빛으로 미소.) 이제야, 제대로 되가네.
... 내일 나가지, 뭐.

부자: ...(눈길을 피한 그녀의 눈에 힘없는 슬픔이 밀려온다.)
갈데가 .. . 없잖니?

재복: 갈데가 없는게 아니라, ... 개긴거지, 괜히, 일부러...
어머니 괴롭힐라구...

부자: ...(한동안 말이 없다. 낮은 목소리.) 재복아.

재복: 목소리 띄워어. 소리까는거 대강 안좋아, 나.

부자: (재복의 시선을 피한 채) 난.. 저 사람 좋아. ... 너보다...
(콧등이 저려온다.)

재복: ...

부자: 미안하다.

재복: (김부자를 다정히 바라본다.) ... 누가 아니래?

부자: ...

재복: (김부자의 어깨를 다독인다.) ... 잘 살아볼라구, 나두...

부자: ...

재복: ...

부자: (어둡다.) ... 잘 살어봐. 나두 너 없이 잘 살아보자.

...우리 ... 숨 좀 쉬면서 살아보면,... 정아, 돌아오겠지...
정아 돌아오면, 너두... ... 돌아오겠지, 이 세상으루...

재복: (물끄러미 부자를 바라보다 어렵게 입을 뗀다.)

나 언제 죽었나? 세상으루 돌아오게?

부자: 죽었다.( 눈물이 어린다.)

재복: ...

부자: ... 정아 입양 보내던 날. ... 니 나이 여섯 살에, 너... 죽었다...

재복: ...(무거운 눈자위가 허공을 돈다.)

부자: 정아 못 떠나게, .. 아가 신발 들구... 죽을듯이 울던, 우리 착한 재복이...

(눈물이 흐른다.) 그 날, 죽었다.
... 어린 나이에... ... 널 죽였다, 내가...

재복: ....

부자: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재복: ... 고개숙인채 말이 없다. 그러다 이내.)

뭔 소리래? 정아가 뭐야? 먹는 거야? 그냥 고등어나 드셔어.
(밥통을 열어 밥을 푼다.) 할아버지 저녁 드시라 그래.

쓰레기가 차려주는 라스트 밥상이야...

...고등어... 스카치 테프루 붙여 줄테니까, 통으루 잘 먹구 잘 살라 그래.

밥을 담는 이 재복의 손이 가늘게 떨린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울음을 터뜨리는 김부자.



23.# 김부자집-거실(저녁)

빼꼼히 열린 안방문 틈으로 굽어진 어깨로 담배를 태우는 한성만의 옆모습. F.O.



24.# 000호텔 2층 복도(아침)

바삐 걸어가는 박사장. 그 뒤를 따르는 강국.
전날과 달리 사장의 걸음걸이나 표정은 반듯하고 씩씩하다.

박사장:(국에게) 강 국씨.

국: 네.(사장에게 바짝 다가간다.)

박사장: ...(소곤댄다.) 국아. 나, 어제 또 추태 부렸냐?

국: 네.

박사장: 누구 누구봤는데?

국: 승무원들이랑 승객들 다 봤습니다.

박사장: 아, 쪽팔려.(인상을 긁으며) 너 안 말렸지?

국: 네.

박사장: 왜?

국: 힘들어서요.

박사장: ... (우뚝 멈춰 선다.)

비서진: (모두 멈춰선다.)

박사장: (비서진들을 보며) 먼저들 가 계세요.

(강 국도 비서들을 따라가는데, 강 국의 팔을 잡아끈다.) 강 국 씬 나좀 봐요.

국: 네. (멈춰서며 사장 앞에 선다.)

박사장: (한 참을 야린다. ... 그리곤 엄하게 소리친다) 너, 장난치냐, 나하구?

국: ... (쭈뼛)

박사장: (살기 등등한 눈으로 다그친다.) 응?

국: (눈치를 보며 자신없게) 저... .. 사장님... 또 저 갖구 노시는 거지요?

박사장: (퉁명스레) 응. 가자. (그리곤 씩씩하게 걷는다. 미소짓는다.)

국: ...(앞서 가는 사장을 보며 멍청히 서서 혼잣말.) 경호하구 싶다, 장난말구...

이 때, 사장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오는 점퍼차림의 중년남성.

들고 있던 쇼핑백 안으로 손을 넣는다.

쏜살같이 사장을 향해 뛰어가는 강 국. 점퍼 중년의 손에서 달걀이 나온다.
사장을 향해 달걀을 던지는데 강 국이 사장을 감싸 안으며 날 달걀 셰례를 받는다.

감싸안은 사장을 다른 수행비서와 직원들에게 밀어주며 남자를 싸안는 강국.

남자는 강 국의 팔에 안겨 강 국의 얼굴을 달걀로 뭉갠다.

끈적끈적한 달걀이 강 국의 얼굴위에 뒤범벅 되었다.
그 새 사장은 룸 안으로 피신한다.

남자: 비켜, 병신같은 놈아. ... 사장새끼 샹누므 새끼. ...
(강 국을 보며) 쥐 같은 새끼들. 쓰레기한테 들러붙어서 좋으냐? ... 좋으냐?

국: (강하게 남자를 안고 한쪽으로 모는데 남자가 그의 손등을 물어 뜯는다.)

아아. (남자를 바닥에 패대기 친다. 그리곤 남자를 향해 주먹을 드는데...)

남자: (그대로 누운 채 강국을 올려다 보며 허탈한 미소.)
때려라... 죽이든가...

국: ...(그대로 허공에 주먹을 매달고 남자를 본다. 그리곤 남자의 손
을 잡아 끌어 그대로 바닥에 앉혀둔다.)

남자: (힘없이 앉아서 달걀범벅된 강 국을 본다.) .. 너 줄라구 산달걀 아닌데..

... 니가 먹어서 차라리 다행이다... 몸에 좋은 고마운 음식을...

모하러 쓰레기 사장한테 선사하려 했을까나 ... 바보다. 내가...

국: (얼굴을 쓸어 내리며 뒤로 물러나 뒷짐을 쥔다.) 일어나십시오.
그리고... 그리고... 조용히 나가십시오. 입두 뻥긋 마시구요.

남자: ...(슬픈 듯 강국을 본다.힘없이 일어선다. 역시나 힘없이 슬픔
을 담아) ... 나... 또 올지두 몰라.( 터덜터덜 복도를 걸어간다.)

국: (남자를 잡으려는 경비원들을 손짓으로 제지한다.

멀어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한참동안 바라본다. 혼잣말.)

그 달걀... 언제든, 나한테 주세요. 사장님 대신... 그래서...

... 그 마음이라두 푸세요.... 난... 달걀 좋아하니까...

(회한에 젖듯).... 아저씨.

2층 난관에서 현관문을 나서는 남자의 모습이 조그맣게 보인다.

국: (혼잣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살며시 눈가의 달걀 자국만 지워 내는 강 국의 눈매가 유난히 서글프다. 오프 더 레코드로 들리는 이중아의 서글픈 울음소리 O.L.



25.# 플레쉬-아일랜드 굴다리(낮)

이중아의 울음소리가 잿빛 굴 안에 울려 퍼진다.
피투성이 아일랜드 노부부가 포개어져 쓰러져 있고,

열려진 승용차 문 밖으로 상반신이 바닥으로 끌리워져 힘없이 죽어가는 피터의 얼굴.

경련으로 떨리던 눈이 감기지 않은 채 멈춘다. 중아를 바라보며...

그 앞에 다가서지도 못한 채, (가족으로부터 거의 2M정도 떨어져 있다.)

목석처럼 꼼짝도 않고 선 이중아. 눈물로 범벅이 된 검은 눈만 남았다.

어깨만 들썩이고 섰다. 내려진 중아의 손엔 힘없이 권총이 들리워져 있다.

풀썩 피터의 움켜쥔 손에서 바닥으로 떨어지는 샌드위치.

그리고.. 피터의 옷깃 어디선가 떨어지는 동전 한 잎.

짤랑 소리를 내며 돌바닥 위로 원을 그리며 구른다.

중아의 발 밑으로 굴러드는 동전.
그 동전 위에 중아의 총이 떨어져 내리며 동전이 멈추어 진다.

중아가 서럽게 서럽게 소리내어 운다.

그러나.. 그들 앞으로 다가 설수는 없다.


26.# 호텔 방(낮)

창가에 걸터 앉아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그 날처럼 엉엉 울어대는 이

중아. 중아의 손에 쥐어져 있는 그 날의 그 동전. 회색 아이섀도우와

마스카라가 중아의 눈에서 검은 눈물을 만든다. 그리곤 무릎 위에 놓인

뜨개판을 들어 뜨개질을 한다. 엉엉엉 울면서.. 뜨개판 위로 떨어지는

검은 눈물.

중아: 엉엉엉.. . 화장 지워야겠다. 엉엉엉(그러면서도 뜨개질을 멈출

수 없다.) 엉엉엉.

창가에 펼쳐진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한올한올 엮어져 가는 이 중아의
뜨개판 C.U.



27.# 한 시연의 집-거실(저녁)

온 식구가 속 옷 차림으로 뒤엉켜서 누워있다. 모두 TV에 열중해 있다.
한시연, 그의 부모, 둘째 시민(남, 전문대생), 셋째 시채(여,중등생),
넷째 시해(여, 중등생) 막내 시경(남, 초등생), 시채와 시해는 쌍둥이

다. 한사람도 안 빼고 모두 속옷차림이다.

한 사람도 안 빼고 모두 옆으로 이리저리 누워서 TV를 본다.

과자를 먹는 소리와 TV소리만 들린다. 사극을 보는 듯 하다...

그들 사이엔 대화는 잇찌만, 눈은 TV에만 박혀있다.(절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말것.)

시연: (발을 뻗어 시민의 배를 콕콕 찌른다.)
야... 콜라 좀 갖구 와.

시민: (시채의 등을 손으로 툭 친다.) 콜라 갖구 오랜다.

시채: 오빠 시키잖어.

시연父: 아, 시끄러. ... 좀 보자.(시해에게) 좀 전에 쟤들 뭐랬냐?

시해: 마마... 그랬어.

시연부: 임마... 그거 다음에...

시경: (짜증스레) 아, 조용히 좀 해봐아.(볼륨을 높힌다.)

시연: (시민의 배를 다시 발가락으로 찌른다.)콜라 갖구 오라구.

시민: (시채의 등을 찰싹 때린다.) 오빠 말 좀 들어라, 기집애야.

시연: (시민을 발가락으로 꼬집는다.)

시민: 아, 아퍼어.

시연: (불량하게) 니가 갖구 와.

시민: 왜?

시연: (무심한 표정으로) 너한테 돈 제일 많이 들어가.

시연모: (과자를 아삭아삭 씹으며 무덤덤하게) 놀기두 참 치사하게
논다, 기집애. .... 날 부려라, 그럼? 내가 생활비 제일 많
이 받으니까?

시연: 그르든가. 엄마 콜라좀 갖구 와.

시연모: (시민의 엉덩이를 세게 때리며 짜증.) 얼른 좀 갖구와.
짜증나서 못 봐 주겠네.

시민: 이씨. (벌떡 일어나서 거실을 벗어난다.)

시연: (같잖은 표정으로) 왜에? 엄마가 갖구 와.

시연모: (아무일 없는 듯) 됐어어.. 돈 많이 받아 쓰는 건 맞어, 쟤가
.... 나두 따루 돈 줘, 쟤한테...

시연부: 시연이 너 그럼 못쓴다.(TV를 보며) 아구, 저럴 줄 알았다,
내가... 하여간 나라가 안돼. 그냥 음모 투성이야, 역사가..
(그리곤 다시 시연에게) 시연이, 너 그럼 못쓴다.

시연: ...몬데? 말좀 이어 보지, 아빠? (다시 TV) 그래, 그래.
쟨 좀 죽어줘야돼. 대따 짱나게 굴드라. .. (다시 시연부에게)
그래서? 몬데?

시연부: 아빠 말, 잘 들어. 값진 말이니까.. 세상이 돈은 아니다,
시연아. ... 니가 돈 번다구 다 돈으루 따지구.. 가족관계가
그런 관계가 어딨냐? 니 돈이 다, 가족돈이지. ... 돈이야 있
다가두 없는 거구, 없다가두 있는 거구...

시연모: (시연부의 허벅지를 절도있게 딱 세대를 친다.) 노셔어. ...
없다가 무슨 수루 있어? 없으면 줄창 없는거지. 닥치구 천원
만 벌어와봐, 댁은...

시연: 참 말 많네. 죄다 나한테 빌붙어 사시는 분들이..(주방에 대고)
야, 콜라 제조하냐? 공장차렸냐?

시해: 오빠, 화장실루 가든데?

시연: (기가 막힌다.) 구지 콜라를 안 갖다 주겠다는 거네... 야,
시채, 시해 니 네둘이 갖구 와.

시연모: (기가 막힌다.) 콜라 한 잔 갖구 오는데, 뭘 둘이나 시켜어..
하나만 골라라, 얘.

시연: 용돈 똑같이 받잖아.

시경: (벌떡 일어나 소리친다.) 아, 입 좀 다물어, 좀, 좀, 좀...

모두가 아연하게 시경을 본다.

시경, 리모콘을 들어 소리를 무지하게 키운다.
그리곤 다시 드러누워 TV를 본다.

시해: 내가 볼 때, 쟤가 우리집 기둥이야. 집중력 짱이야, 조 꼬마.

시채: 이불에 오줌이나 그만 싸라 그래라.

이 때, 시연의 휴대폰 벨소리.

시연: (폴더를 젖힌다.) 네. ...네? ...(새엑 웃는다.) ...네... 네.
(그리곤 폴더를 닫는다. 그리곤 벌떡 일어서서 제 방으로 간다.)

시연모: 어디가?

시연: 콜라 사준다네. ... 가족보다 낫네.

시연모: (모니터를 보며 짜증을 낸다.) 첩들끼리 저렇게 싸우면 지들만 손해야아.

왕을 뭉개야지.

시연부: 다 음모라니까아..

시연: (가족을 보며) 아우, 구려. .. 인간들 참 구려. 무슨 펭귄떼들 같애.


28.# 편의점 앞(밤)

간이 테이블.
똑같이 다리를 꼬고 서로 마주 앉아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은 채,

콜라만 마시는 이 재복과 한시연. CF라도 찍을 듯한 태도다.
살짜기 흐르는 도도한 미소와 내리깐 눈. 절대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갑빠 무너진다. 강남족같은 심플한 대화법.

재복: 어디 어디 고쳤니?

시연: 가슴, 눈.

재복: 괜찮다. 티두 안나구...

시연: 나두 대강 만족.

재복: 피부는 왜 그렇게 퍽퍽해?

시연: 돈 버느라 고생해서...

재복: 어려선 잘 나가드니... 집안 망했어?

시연: (멈칫. 가만히 이재복을 본다.) ... 나, 알아봤어, 아저씨?

재복: 알구 놀러 갔다, 촬영장.... 아역배우, 한시연...
자기 볼라구 재미두 없는 연속극 억지루 본적두 있다, 나?
... 이뻤는데...

시연: ...(어둠이 스친다.)

재복: 좀 잘해보지. 왜 일루 풀렸나?

시연: ...(콜라를 잡은 손이 살짜기 떨린다.)

재복: ...(물끄러미 시연의 손등을 바라본다.)...술사주까?

시연: 그래서... 나랑 잘라구?

재복: 그건 좀 보자.

재복, 일어서며 시연의 손을 잡아 일으킨다.

재복: 우리 어머니 손 같다. 까끌까끌...(시연의 손을 잡고 걷는다. 앞만보며...)

...너, 이뻤어. .. 지금두 이뻐. .. 자신감 갖구 살어.

따스하게 시연을 바라보며 걷는 재복. 시연도 재복을 향해 따스한 눈길을 보낸다.


29.# 000호텔-1층 로비(밤)

한 켠의 소파에 앉아있는 강 국. 손등을 바라보고 있다.
손등에 남자가 물어뜯은 이 자국이 선명하다.

중아E: 여기 왜 왔어요?

국: (고개를 들면 이 중아가 서 있다. 놀라서 벌떡 일어선다.)

중아: 왜 나 따라 다녀요? 경찰이예요?

국: (불쾌하다.) 저 여기서 일합니다.

중아: (국의 옆 자리에 앉으며 스포츠 백을 연다. 뜨개실을 꺼내
무심하게 뜨개질을 한다. 화장기 없는 얼굴이다.)

국: ...(조심스레 다시 앉는다.)

중아: ...(뜨개질을 하며) 이 호텔 별루에요. ... 벽지색 땜에 토할 뻔 했어요.

국: (버럭 화를 낸다.) 토하세요, 그럼.

중아: (무심하게) 했어요. (뜨개질을 계속 하며) 손이 찢어졌네요?

국: ...(어이없다.) 눈길두 안주구.. 어뜩케 이걸 보세요?

중아: (퉁명스레) 눈이 크잖아요.

국: (풋 웃음이 난다.)

중아: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뭐가 웃겨요? 손 찢어져서 기분 좋아요?
(그리곤 뜨개판을 옆으로 밀어놓곤 국의 손을 덥썩 잡아서
살펴본다.)

국: (놀라서 중아를 본다.) 왜 남의 손을 함부루...

중아: (스포츠 백에서 조그만 주머니를 꺼낸다. 그곳에 연고와 붕대가 있다.

강 국의 손을 허락도 안 받고 끌어다 자신의 무릎 위에 얹는다.)

국: ...(손을 빼려다가 그대로 둔다. 그리곤 누그러진 음성으로...)
... 남의 손을 함부루... 쪼물딱대구.. 사람들 다 보는데... 부끄럽게...

중아: (국의 손등에 연고를 바르며 국을 외면한 채) 누가 보는데요?

국: ...(주변을 둘러보지만 그들을 보는 사람이 없다.)

이상해 죽겠네 진짜... (맹하게) 이건 얼마짜리예요?
(탁자 위에 청진기를 들어 보인다.)

중아: (대답도 없이 솜씨좋게 국의 손등에 약을 바르고 가지런히 붕대를 감아준다.)

국: (부끄러운 듯 중아를 보던 눈길이 정감어린 눈으로 변한다.)

중아: (여전히 그를 보지도 않고) 보지 마요.

국: (이번엔 눈길을 안 돌리고 그대로 그녀를 본다.)

중아: (테잎을 입으로 찢어 붕대 위에 붙인다. 그리곤 강 국을 본다.)

국: ... (여전히 그녀를 본다. 이번엔 눈싸움에서 지지 않을 것 같다.)

중아: 내가... 어느 나라사람 같애요?

국: 한국 사람이요.

중아: ...

국: ...

중아: (눈길을 돌린다. 낮게) 그랬대요, 예전에.. 기억은 없어요.

국: 입양 ... 가셨어요? .. 그럼 여긴 가족 찾으러...

중아: (주섬주섬 약품을 주워 담으며) 가족, 없어요. 죽었어요. ...다

이 때, 어린 꼬마 남자 아이가 강 국을 향해 권총을 겨눈다.
이중아, 입이 벌어진다.

국: (피곤한 듯 꼬마에게) 아저씨, 귀찮다. 쏘지마. .. 니네 엄마랑 놀아.

꼬마: 엄마 없다.

그리곤 권총을 쏜다. "핑" 물이 품어져 나와 강국의 얼굴을 적신다.
강 국의 얼굴 위로 흐르는 물.

빠른 플레쉬- 피터의 얼굴을 물들이는 핏물.

이 중아, 벌떡 일어서며 꼬마의 물총을 빼앗아 든다.
그리곤 신경질적으로 꼬마의 얼굴을 향해 물총을 쏘아댄다. 흥건히 젖도록...
강국이 일어서서 이중아를 말린다.
아이의 울음소리. 이중아의 붉어진 눈시울.
사람들이 이중아를 향해 모여든다.
게의치 않고 울어대는 아이에게 물총을 쏘아댄다.

아이엄마: (허겁지겁 달려와 아이를 감싸안는다.) 현수야.

아이: (엄마에게 안기며) 아앙.. 엄마아.

아이엄마: (벌떡 일어나 이 중아의 뺨을 갈긴다.) 미친년아.
(다시한번 이 중아의 뺨을 때리려는데)

국: (아이엄마의 팔목을 잡는다.)

중아: (물총을 바닥에 힘없이 던진다. 그리곤 낮게..)
... 그러니까... 쏘지 말랬잖아.

그리곤 넋을 잃고 현관 쪽으로 걸어 나간다.

국: (아이를 보곤) 엄마 없다며? (아이모를 보곤 고자질을 하는 말투로)

얘가 엄마 없다 그랬어요. 되게 이상한 애다. 뭐 저러냐? 애가?

그리곤 탁자 위의 이 중아 가방을 챙겨 들곤 그녀를 쫓아 밖으로 뛰어 나간다.



30.# 호텔 앞 거리(밤)

터덜터덜 걸어가는 이중아. 강 국이 뒤따른다.
그러다가 왔던 길로 다시 걷는 이중아. 강 국도 바짝 이 중아를 따른다.
그러다가 다시 되돌아걷는 이중아.

국: (중아의 팔을 잡아 멈춰 세우며) 아, 어지러워요오. 이쪽으루
가든가, 저 쪽으루 가든가.. 계속 왔다리 갔다리.. 빙빙 돌래요,
그냥? 머리돌게?

중아: ...(뺨이 빨갛다. 국을 보며) 이미 돌았어요, 머리.

국: ...

중아: (강 국이 들고 있는 가방을 빼앗아 정신없이 내용물을 꺼낸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인상을 쓰며 바닥위로 쏟아져 나온 내용
물을 뒤적인다. 신경쇠약직전이다.) 약이 없네. 약이없네...
내 약 어디갔어요?(불안한 눈빛으로 강 국을 본다.)

국: ...(의아한 눈으로 중아를 본다.)

중아: (불안한 눈으로) 약이요. 내 약이요.

국: ...무슨...

중아: (바락바락 소리친다.) 약이요오. ... (숨을 몰아쉰다. 그리곤
힘없이...) 약

국: ...(조심스레)... 머리가... 이상해요?

중아: ...(건조한 눈으로 국을 빤히 올려다 본다.) 1년동안.. 병원에
있었어요. ... 미친년이예요. 약 먹어야 돼요.. 그리구.. 그 전엔...

국: ...

중아: 사람을 죽였어요. ... 것두 가족을요.

(여전히 공격적인 눈으로 국을 보고 있다.) 그래서.. 약먹어야 돼요.

국: ...(넋이 빠진 눈으로 중아를 내려본다.)

중아: ...(다부지게 입술을 문 채, 국을 쏘아보고 있다.)
우리가족은 테러리스트예요. 죽어두 싸요. .. 그래서.. 내가 죽였어요. .. 잘했죠?

국: ...(한참동안 말없이 중아를 보다가 중아 앞에 쪼그려 앉는다. 그
리곤 말없이 중아를 보다가 중아앞에 쪼그려 앉는다. 그리곤 중아
의 소지품을 가방에 정성껏 넣어주며) 뺨에.. 손자국 났다. 되게 아프시겠다.

중아: (그제사 힘이 풀린 듯 바닥에 털썩 주저앉는다.)

국: ...(눈만 깜빡이며 이중아를 본다.)

중아: ...(넋이 나간 듯) ... 나... 힘이 없어요.

국: ...

중아: ...

국: (중아를 일으켜 세운다. 그리곤 자상하게 스커트를 털어준다.)

중아: ...(휘청)

국: 힘 없으면... 제 팔, 잡으세요.

중아: (처연한 눈빛으로 국을 바라본다.)

국: (중아의 팔을 자신의 팔에 감아주다.)

중아: (강국이 하는대로 제 손을 맡긴다.)

국: ... 병원 간 건...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중아: ...(강 국을 본다.)

국: ... 사람 죽인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구요.

중아: ...

국: 있을 수 없는 일을 할 사람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연민의 눈으로 이 중아를 바라본다.)

중아: ...(여린 눈으로 강 국을 본다.)

국: ...(중아의 손등을 토닥인다.)

중아: ...(강국의 손이 따스하다.)

국: ... 사람을 죽인게 아니라... 사람을 살리지 못했을 겁니다.
... 저두.... 그런 적이 있습니다.

중아: (가슴이 내려앉듯 눈을 감는다.)

국: ...(따스하게 중아를 본다.)

중아: ... 죽였어요, 내가.. 그래서.. 아파요.

국: ... 아픈 사람을 .... 좋아합니다.

중아: (눈을 뜨고 강 국을 본다.)

국: (그녀의 시선을 피안 채.) ...힘없이 불쌍해서 좋아요...
난... 힘있구 당당한 사람보다... 힘없구 불쌍한 사람이 더 좋아요.
왜 그럴까요?

중아: ... 왜 그런가요?

국: ... 몰라요, 나두...

중아: ...

국: ...

중아: ...그래서요?

국: 그래서.. .. 댁을 돕구 싶습니다.

중아: ...(뚫어져라 쳐다본다.)

국: 돕구 싶습니다.

중아: (같잖은 눈빛으로) 내가.. .. 불쌍해 보이나요?

국: (중아를 외면한채) 네.

중아: ...(망연히 국을 바라보다 국에게서 시선을 돌린다. 눈물이
어린다. ... 낮게) .... 도와주세요.

팔짱 낀 중아의 손에 살짜기 힘이 실리고, 그녀의 손등을 따스히
덮는 강국의 붕대 감은 손.

국: (다정하고 낮은 목소리로)길을.. 다시 걸을까요?... 한 쪽으로만...

중아: (국을 보는 중아의 입가에 처음으로 얕은 미소가 감돈다)
길을... 다시 걸어요. 한 쪽으로만...

국: (다정히 중아를 바라본다.)

중아: 그래두... 내가 죽였어요, 가족을...

국: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걷지 말고 뛰어야겠다, 이 사람.

중아의 손을 힘있게 움켜 잡는다.


31.# 8차선 도로 횡단 보도 앞-오른편 인도(밤)

재복이 시연의 손을 잡고 가다가 주머니를 뒤적인다.

재복: 씨. 술값이 좀 빈하다.

시연: 잔머리 티난다. 콜라 한 캔 사구, 술루 빌붙을라구?

재복: 에이, 설마. 기다려 봐. 언니는 조쪽으루 가 있어.

시연, 한 켠 전봇대에 기대어 선다. 재복, 담배를 귀에 꽂고 껄렁댄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순진한 남학생이 지나간다.
학생 앞에서 계속 껄렁대며 무섭게 노려보면서 학생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학생 고개가 수그러든다.

재복: (불량하게) 일찍 일찍 다녀어. 위험하잖어, 밤인데..

학생: (지갑을 뒤적이며 오천원을 내민다. 겁에 질려서)
진짜루.. 이거밖에 없어요.

재복: (잽싸게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으며) 형아가 돈 달랬냐?
일찍 다니랬지? 얼른가서 쉬어. 피곤하겠다.

학생: (말 떨어지기 무섭게 뛰어간다)

시연: (재복 옆으로 온다.)

재복: 봤지? 돈 걱정 안해두 돼, 언니. 한 30분만 기다려..
(주위를 살피며) 좀 외진데루 갈까?

시연: 한심함의 극치다... (포기한 듯) 내가 사주께, 술.

재복: 그를래?

이 때 보행자 신호등이 깜빡인다.

재복: 에에... 불 나간다.

재복, 시연의 손을 잡곤 횡단보도로 뛰어간다.
이 때, 시연의 하이일이 벗겨진다.
달리는 재복과 멈춰선 시연의 손이 풀린다. C.U.



32.# 8차선 왼편 인도(밤)

녹색등이 점멸한다. 미소를 지으며 뛰어가는 이중아와 강국.
강 국이 살짜기 이 중아를 바라보다가 신호등 기둥에 얼굴을
정면으로 부딪히며 우스꽝스럽게 넘어진다.
달리는 중아와 넘어지는 강국의 손이 풀린다. C.U.


33.# 오른편 인도(밤)

이 때,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등으로 바뀐다.
벗겨진 하이힐 쪽으로 가 선 시연이 횡단보도를 바라본다.

시연: 힐 신구 뛰는 짓은 역사상 첨이네. 지랄스럽네, 이 야밤에..
... 늙은이랑..(그리곤 비실비실 웃는다.)
참... 저 양아치 진짜 웃긴다.



34.# 왼편 인도(밤)

강국 일어서서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지만 자동차들이 사정 안봐주고 질주.

강국: (얼굴을 쓸어 내린다.) ... 아... 웃기게 넘어진 거 같은데..
(애써 부정한다) 아니야. 못봤어. ... 그 전까진 멋있었으니까.
...뭐 ....(우울하게).....근데.. 봤을 것 같다.




35.# 횡단보도 중앙선(밤)

이 재복과 이중아가 자동차들의 위협 속에서 서서, 한시연, 강국을 엇갈려서 바라보고 서 있다. 재복이 주머니 속에 찔러넣는 손. 동전소리가 짤랑댄다.

이중아 시점에서 강 국은 어떻게든 차를 비집고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고, 이재복 시점에서 한 시연은 핸드백을 열어 거울을 꺼내 얼굴을 보고 있다.

문득, 고개를 돌려 눈을 마주치는 이재복과 이중아. 어색한 듯, 이내 고개를 돌린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뒤적여 꺼내는 재복의 손에서 동전 한 잎이 떨어진다. 쨍그랑 바닥을 구르는 100원짜리 동전 한 잎. 그 바닥의 동전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중아.

플래쉬. 중아의 발밑으로 굴러오는 피터의 동전.

중아의 발 밑으로 굴러오는 재복의 동전. 급히 발로 동전을 밟는다.
그리곤 재복을 바라보는 중아.

제 동전 떨어진 건 의식도 못하고 담배를 꺼내 무는 재복.
중앙선으로 바짝 붙어 달려오는 버스.
라이터를 켜느라 위험하게 버스 쪽으로 몸을 숙인 재복.
중아가 놀라서 재복을 끌어당긴다.
재복의 담배가 바닥에 떨어져 버스바퀴에 뭉개진다.
재복, 아찔했다. 그리곤 중아를 보곤 씩 웃는다.

재복: (느물느물) 고마워라.

중아: (예의 무심한 표정으로 시선을 외면한다. 그리곤 여전히 바닥
위에 떨어진 동전만 바라본다.)

재복: (눈길을 돌리다 다시 중아를 본다. 느물느물.)
머리에 눈이 내렸네, 언니?

초록불이 켜진다. 강 국과 한 시연이 달려온다.

이 중아. 바닥에 떨어진 동전을 짚는다. 그리곤 재복을 보려는데
강 국이 다급히 중아 앞에 선다. 중아, 강국을 보며 미소.

강국: (쭈뼛대며) 신호등에 발이 걸려서...

중아: (미소) 얼굴이요.

강국: ...(멍청) 봤구나, 결국.

중아, 강국의 팔을 잡으며 횡단보도를 건넌다.

실실 웃으며 재복에게 다가가는 한 시연.

시연: 무지 고전적인 데이트야, 아저씨. 줄창 걷구, 뛰구... 아우, 촌스러.

재복: (씩 웃는다.) 아저씨, 골루 갈뻔 했다...
(와락 시연의 어깨를 안으며) 안겨.

한시연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왼편 인도로 향하는 이 재복.
강 국과 함께 오른편 인도를 향하는 이중아. 멀어지는 두 커플.

인도에 닿는 순간, 문득 뒤로 고개 돌리는 이재복.
동시에 고개 돌리는 이중아. 서로의 시선이 부딪힌다.
그 시선을 막아서며 달리는 자동차들.

포즈.

   关键词  >>韩语剧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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